Title : 뮤지컬 틱틱붐(Tick Tick Boom)
Place :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
Date : 2025.02.02 2PM
Running Time : 110분 (인터미션 없음)
Note : 방황하는 것 같고, 나만 제자리인 것 같은 모두에게 전하는 위로
이 뮤지컬은 원래 관람할 계획이 없었는데 어느 날 인터파크를 들어가보니 <원스>랑 <틱틱붐>이랑 묶어서 16만원에 파는 겁니다. 분명히 이 가격이면 요즘 웬만한 뮤지컬 VIP 가격인데 뮤지컬 1+1 행사라고?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아? 그래서 명절 전에 후다닥 패키지 구매하고 어쩌다보니 틱틱붐 총막공을 보고 왔네요.
이게 코엑스에 있는 공연장이다보니 거대한 던전에서 공연장을 잘 찾아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지하철 타고오니 좋던데요? 삼성역 5번 출구나 6번 출구로 나가는 길에 무역센터로 가는 길이 뻗어있는데 그거 따라서 쭉 오다가 오른쪽에 보면 코엑스 아티움으로 가는 엘레베이터 있어요. 이마트24 옆에요. 그거 타고 5층 올라오시면 됩니다.
다만 오늘의 공연장은... 제가 본 게 맞으면 그 흔한 자판기 하나 없었기에... 생수는 미리 사서 오세요. 그리고 매표소가 생각보다 아담해서 줄이 좀 길어진 경향이 있습니다. 공연 시간에 너무 임박해서 오기 보단 미리 오는 게 좋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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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총막공이라 나눠준 거인줄 알았는데 원스랑 틱틱붐 패키지로 구매한 사람들한테 나눠주는 특전이더군요. 조만간 여기 코엑스 아티움에서 원스가 올라옵니다. 그거도 10년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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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프로그램북입니다. 뮤지컬이나 연극보러 갈 때 있으면 사고 아니면 말고지만.. 이런 거 모으는 거도 이젠 취미라고 해도 될까요? ㅎㅎㅎㅎ.. 프로그램북 안에는 배우들 실황 사진이나 틱틱붐에 대한 여러가지 얘기들이 들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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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존은.. 주인공인 존의 작업실 겸 집이라고 해도 될 거 같네요. 사진은 안 찍었지만 여기 옆에는 사람들이 웬 계단에 앉아있나 했더니 원스 홍보하고 있더군요. 그러고보니 저기도 깨알같이 원스 입간판이 있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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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자리는 1층 중간 정도입니다. 가격이 이상해보이는 건 제가 인터파크 패키지 상품 구매해서 그러는 거니까 오해는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코엑스 아티움은 처음가보는데 그냥... 전형적인 공연장의 느낌이더라고요. 14열임에도 배우들 얼굴 잘 보이고요. 일반적인 공연장보다 조금 아담하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객석 단차는 생각보다 조금 낮은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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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2 총막공 캐스팅>
존 - 이해준
수잔 - 방민아 (걸스데이)
마이클 - 김대웅
(앙상블)
홍동하 / 서정 / 백중훈 / 권수정 / 권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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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무대는 다들 촬영하는 분위기이길래 저도 찍어봤습니다. 틱틱붐은 세트가 이게 전부입니다. 이게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다양한 상황을 연출합니다. 뒤에 있는 스크린들도 그렇고요. 오늘 공연에서 음향은... 좋은건지 모르겠습니다. 세션은 괜찮은 거 같은데 배우분들 소리가 좀 작은 것 같아가지고요. 흐음... 애매모호합니다.
지금부터
스포일러
원치 않는다면
뒤로 돌아가기
1. 서른이들을 위한 거지만
극 중 존의 나이는 29.9세입니다. 조금 지나면 30세가 됩니다. 이게 10대, 20대, 30대 넘어가는 게 다 다르잖아요. 사실 10살이 되는 건 워낙 어릴때라 별 감정 없던 것 같던데 20살은 뭔가 미성년자도 벗어나서 그런 가 청춘이라는 것도 있을 것 같고 '이제 나를 아무도 막을 수 없으셈' 이런 거도 있을 것 같고 말이죠. 근데 30살은... 겨우 이제 앞자리 3번 바뀌었는데 무게감이 이렇게 남다를 수가 있던가요.
뭔가 30살은 이제부터 찐 어른의 이미지를 풍기지만 정작 본인은 '나 아직도 응애 애기인데'라고 생각한단 말이에요.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아직도 헷갈리고, 남들 다 앞으로 가는데 나만 계속 제자리 돌면서 방황하는 것 같고, 새 출발하는 것도 뭔가 이제 겁이 훨씬 더 많아지고. 존도 이런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캐릭터입니다.
한때 같은 길을 걸었던 친구는 이제 안정된 직장을 얻고, 탄탄대로를 걷고 있고, 여자친구인 수잔도 이제 본인의 길을 찾아 나서려고 하고, 뮤지컬 작곡가인 존은 관계자들 사이에서 평은 좋지만 뭐 하나 제대로 터지는 게 없어서 혼자 제자리에서 멤도는 것 같고. 그런 방황이 얼마나 심했으면 틱틱붐 이런 환청이 들릴까요. 틱틱은 시계 초침 소리가 맞고, 붐은 그게 심하면 펑 하고 터지는 그런 거래요.
그래서 이게 서른이들이 봤을 때 공감될 부분도 많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똑같이 혼자 제자리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그런 뮤지컬이 되어주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 저도 비슷한 고민을 앉고 있었는데 보면서 괜히 힐링된 느낌도 들더군요.
2. 배우들의 종횡무진
오늘 익숙한 이름이 보이길래 설마했는데 맞았습니다. 걸스데이의 민아씨가 이 뮤지컬에 수잔으로 나오고 있었네요. 연기도 많이 하셨고 노래 잘 하는 거도 당연히 알지만 뮤지컬은 의외로 이번이 2번째. 노래는 진짜 무난하게 잘 하신 거 같고 연기가 진짜 일품이었어요. 수잔으로만 나오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 배역들을 좀 같이 했는데 어떻게 보면 1인 N역이란 말이죠. 그리고 캐릭터가 죄다 제각각입니다. 수잔 해야되지, 존의 뮤지컬에 올라가는 배우 역할도 해야하지, 그 외 회사 팀장님이나 진상 역할도 하고. 너무 극과 극을 오가잖아요. 많이 힘드셨을 것 같은데 그걸 또 해냅니다. 언젠가 다른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면 또 만났으면 좋겠네요.
존도 미쳤죠. 처음에는 무난하게 잘 하는가 싶다가도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폭발하다가 감정이 말 그대로 절정에 치닫는 순간이 있는데 그 때의 존이 느낀 좌절감이나 혼란, 분노 이런 감정들이 잘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사실 틱틱붐이 맨 처음 기획되었을 때는 1인극이었대요. 그래서 존이 유일하게 등장하고 한 번도 퇴장을 하지 않아요. 그리고 혼자 뭔가 떠들면서 상황 설명도 해주고요. 이번에 앙상블까지 껴서 8인극으로 새롭게 돌아왔다지만 결국 1인극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요. 그리고 인터미션도 없이 110분인데 이걸 별 사고 없이 잘 끌고간 것만해도 정말 대단한데 존이 처한 감정들, 상황들까지 잘 보여주셔서 굉장히 인상깊게 봤습니다.
마이클은 존의 깐부입니다. 더 날것으로 표현하면 불알친구(실제 대사입니다). 마이클이 한 때 존과 같은 음악의 길을 걷다가 지금은 잘 나가는 마케팅 회사 임원급으로 성장했는데 마이클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할 사정이라는 게 있더군요. 후반부에 존이 마이클이랑 감정싸움을 하는 씬이 있는데 거기서 아... 그랬구나. 뭔가 마이클의 분량은 존과 수잔(과 그 외 여러가지)에 비하면 좀 작았던 것 같기도 한데 나올때마다 뭔가 젠틀함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ㅎㅎ..
아 싸운다고 하니까 존이랑 수잔이 싸우는 넘버도 있는데 그게 제일 인상적이었네요. 존이 후반부에 혼자 피아노 치는 장면과 더불어서요. 둘이 싸우는데 이 넘버 말로 표현하려니까 어려운데요? 직접 보는 게 날 정도로 전화 들고 싸우는 걸 이렇게 잘 표현할 수가 있구나. 약간 정신사나운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요 (허허허허...)
정말 별 생각없이 갔다가 의외로 재밌는 뮤지컬 만나고 왔습니다. 때론 이런 우연이 필요한 법이기도 하죠. 마지막까지 달려온 모든 배우님들 그리고 스태프 분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P.S.
그러고보니 그걸 빼먹었군요. 뒤에 스크린으로 연출하는 것 중에 캠코더로 존의 심리를 보여주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배터리가 점점 없어지는 것이 존의 심리하고 정말 찰떡이다. 그리고 깨알같은 시간도 실제 뮤지컬이 진행된 시간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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