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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합시다/Stage

[250315] 연극 애나엑스 (Anna X/김도연/이상엽 막공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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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 연극 애나엑스(Anna X)

Place :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

Date : 2025.03.15. 3PM

Running Time : 100분 (인터미션 없음)

Note : 무대를 진공으로 만들어 빨아들이는 호흡력

 

 

9호선 끝까지 갈 일이 없는데 오늘 거의 끝까지 갔다 왔네요. 마곡나루역에 근처에 위치한 'LG아트센터 서울'입니다. 9호선도 깊고, 공항철도도 깊어서 그런가 서로 왔다갔다 하는 거는 다른 호선과 역에 비해 쾌적했습니다. 지하철에서 나갈 때 3번이나 4번 출구로 오시면 정중앙에 LG아트센터로 들어가는 문이 있습니다. 그거 따라서 쭉 올라오시면 됩니다. 참고로 마곡나루역은 9호선 급행이 정차합니다.

오늘 빈 무대랑 커튼콜은 촬영 가능해서 찍어봤습니다. 스마트폰 7대가 놓여있는 게 참 인상적인데 사건의 모든 것이 SNS에서 촉발되었다 보니 연출도 스마트폰과 함께합니다. 그 중에는 인물들의 심리나 배경 그 외 다른 부연설명하는 이미지들이 있죠. 음... 근데 뒤에 스마트폰에 한글이라고는 안 나오고 죄다 영어거든요? 영어 울렁증이(?) 있으신 분들은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을텐데 걱정하지 마세요. 배우 분들이 다 풀어줍니다.

아무튼 LG아트센터 서울 처음가서 느낀 소감은 '강서에도 수준높은 소극장이 있다' 였습니다. 공연장 자체가 굉장히 크고, 쾌적하고 맨 앞에 0열 제외하면 다 단차로 구성되어 있는 소극장인데 그런 면에서도 만족했고(가끔가다 앞에 몇 열은 무단차로 만들어놓은 곳들도 있다보니), 의자도 좋았습니다. 아주 좋다까지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쾌적하게 관람하는데는 문제가 전혀 없어요. 전반적인 시야는 다른 소극장들과 같습니다. 근데 공연장 자체가 좀 아담하긴 해요. 뒤쪽에나 발코니석 앉은 거 아니면 배우분들 다 보이지 않았을까.

티켓부스 대신 키오스크가 있어서 많이 당황했는데 인터파크 예매번호 입력하니까 나오더라고요. 이건 또 새로운 경험이었네요. 확실히 이렇게 하면 티켓부스의 줄이 고질적으로 길어지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어르신들은... 오늘 연령대가 꽤 다양했는데 허허허...)

아 그리고 LG아트센터는 관객들이 입장하는 거에 매우매우 진심입니다. 보통 3시 시작이라고 하면 안에서 준비가 덜 됐든, 관객들 입장이 지연이 됐든 몇 분 정도 늦게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잖아요. 근데 여기는 뭐랄까 2시 59분에 이제 마무리멘트 방송하고 바로 3시에 걸어 잠궈버리는, 관객들의 관람을 무엇보다도 우선시하는 공연장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2025-03-15 PM 3 캐스팅>

애나 - 김도연(위키미키)

아리엘 - 이상엽

 

 

지금부터

스포일러

원치 않는다면

뒤로 돌아가기

 

 

1. 연출 주의

아래와 같은 연출이 있습니다. 관람 중 불편함을 느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14세 이상 관람가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지키거나 다소 넘기는 대사가 종종 있음

- 선을 넘는다는 거에는 각종 욕설과 수위가 높은 대화 등이 포함됨

- 배경이 미국이라서 그런가 Drug같은 민감한 소재의 대사도 드물게 있음

- (중요) 공연 중 흡연 연출이 아주 짧게 있음​ ★★★★★

이게 예매페이지에 담배 얘기가 없고 14세 걸어놓은 거로 합리적으로 추론하자면(?) 아마 금연초나 그런 걸 썼지 않을까 싶은데 느닷없이 담배피는 씬이 나와서 당황했습니다. 이건 미리 고지 좀 해주지 ㅡㅡ;;

2. 전반적인 느낌

사람들에 따라서는 이 연극이 진행되는 방식에 대한 호불호가 다소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게 정직하게 '애나'만 한다, '아리엘'만 한다가 아니에요. 극 중 상황 설명할 때마다 시시각각으로 배우들도 변화무쌍하게 변합니다. 뒤에 있는 배경만큼이나요. 그래서 뭐라고 해야하나... 이렇게 계속 변화무쌍하게 주고받는 방식이 경우에 따라서는 흐름을 다소 놓친다거나 산만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잠깐 들더라고요. 저도 아주 잠깐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아주 산만하지는 않아요. 최대한 친절하게 모든 흐름을 다 떠먹여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정신없이 떠먹다보면 나도 모르게 연극에 몰입하고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정신차려보니까 연극이 금방 끝났는데 초반의 자유분방한 두 남녀의 이야기, 잘나가는 이 시대의 포기를 모르는 사업가들의 이야기가 지나가면 점점 더 연극이 진지해집니다. 가진 거 하나 없이 본인의 워너비를, 관심사를 부풀려가며 엄청난 재력과 포스가 있는 것처럼 꾸민 애나와 잘나가는 상류층 소개어플을 만들어 거금을 투자받은 아리엘. 둘은 때론 호텔에서, 때론 아리엘이 만든 어플에서 밀당을 하며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었지만 꼬리가 길면 결국 잡히는 법입니다. 애나의 모든 가면이 철저하게 벗겨지고, 아리엘은 그 가면에 놀아난 꼴이 된 거고. 물론 피해자는 아리엘 말고도 다수가 있는 거로 언질은 줍니다. 마지막 씬에서 애나는 재판을 받고 감옥에 수감되어있는데 아리엘이 면회를 갑니다. 그리고 둘이 나눈 마지막 대화가 이 연극의 주제를 관통하더라고요.

 

나를 짓누르는 눈송이같은 꿈

 

처음 거짓말 한 두 번은 모면할 수 있겠죠. 근데 그게 쌓이고 쌓이다보면 네... 그렇습니다.

3. 압도적으로 관중을 빨아들이는 흡입력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정직하게 '애나'나 '아리엘'만 하지 않습니다. 극 중 전개 및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아직도 식스센스 예능 때문인가요 상엽오빠가 더 익숙한데 아무튼 오늘은 연기 베테랑 이상엽 그리고 여러가지 연기 활동을 하며 차근차근 성장해오다 연극을 처음하게 된 위키미키 도연의 페어입니다.

상엽 배우님의 아리엘은 돈 많은 사업가다운 허세끼라고 할까요 처음에는 그게 잘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이제 점점 애나바라기에서 애나가 본인을 망치는 거를 깨달아가면서 천천히 망가지고 울분을 토하고 그러는 게 인상 깊더라고요. 천천히 찢었습니다. 아주 천천히 무대를 야금야금 찢기 시작하다가 이제 마지막 클라이맥스 때 가서 빡! 이거 지금 찢어놓은 무대 다시 붙여서 재연 한 번 올리라는 시그널 아닙니까 하하하하하... 써놓고 보니 무슨 개구리 요리 이론을 갖다가 붙여놓은 거 같은데 진짜 그래요. 전반적으로 요동치는 상황 속에서 굉장히 안정적인 연기가 인상 깊었고, 점점 진행될 수록 캐릭터는 흔들리지만 상엽 배우님의 연기는 그 모든 것들에 빙의하여(?) 명품을 보여주고 있었고. 진짜 '한 판 더'를 외치게 만들어요. 그건 도연 배우님도 마찬가지고.

도연 배우님 정녕 연극이 처음이 맞는 겁니까. 근데 처음부터 이런 캐릭터를. 근데 너무 잘해요. 완전 찰떡이야. 적어도 이번에 연극 보신 분들은 도연 배우님을 이제 어엿한 배우로 생각할 겁니다. 근데 애나가 걸그룹의 일반적인 이미지하고 딴판이죠. 위에 다 썼잖아요. 흡연 씬도 있고, 수위가 높은 대화도 있어, 후반부에 자기 뜻대로 안 풀리니까 10_8을 그냥 냅다 몇 번을 분노하면서 토해내던지.

솔직히 흡연은 '갑자기 거기서 담배를?' 이래서 당황했었고, 극후반 가서 열여덟 노래 부를 때가 제일 깜짝 놀랐어요. 그거도 그냥 우리가 게임하다가 '아아악'하는 게 아니라 '이제 내 인생 망했다'라는 걸 직감한 듯 아주 제대로 샤우팅을 하더라고요. 여담이지만 누구든 이렇게 판을 깨주는 사람들이 계속 나와야, 그렇게 해서 무대에 더 많은 캐릭터들이 올라가야 지금보다 더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고 더 재밌는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나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식으로든 판을 일단 깨고 봐야 전체적인 파이가 커질 거 아닙니까.

아무튼 정녕 진짜 연극이 처음 맞습니까. 그 동안 연습하고 무대 오르면서 엄청나게 본인을 갈고 닦고 어쩌면 혹독하게 몰아붙였을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무대에서 그렇게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모습하며, 애나의 가면이 벗겨질 때 분노하는 것하며, 그 모든 것들이 진짜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상엽 배우님만큼이나. 그리고 두 분이서 만들어내는 호흡이 진짜 말 그대로 '압도적으로 관중들을 빨아들이는 흡입력'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정말 시간가는 줄 몰랐고, 타임머신이라도 탄 줄 알았습니다. 아니 이거 진짜 어느 틈에 끝나있었지?

 

 

아무튼 연극이 끝나고

이 날 두 분은

애나엑스 마지막 공연이라

이렇게 포토타임도 갑자기 갖고(?)

소감을 말하기도 했답니다

근데 여러분

애나엑스 파이팅 콜이 뭔지 아십니까?

 

 

 

 

도연 도연 도연공주

애나엑스 파이팅!!

원래는 저게

'애나 애나 애나 공주님'이라는데

이거 지금 막공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에는 유쾌하고 당당하게

아무튼 다들 진짜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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