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뮤지컬 카르밀라
Place : 대학로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1관
Date : 2024.06.23 2PM
Running Time : 100분 (인터미션 없음)
Note : 어쩐지 동화 한 편 보고 온 기분
간만에 다시 대학로입니다. 오늘의 공연장은 길치이신 분들도 쉽게 찾아오실 수 있어요. 혜화역 1번출구에서 쭉 가다가 보면 투썸플레이스 있는 건물입니다. 건물에 큼직큼직하게 현재 공연 중인 연극이나 뮤지컬 현수막 걸어놨으니 지나치실 일은 아마 없을 거로... 그리고 <카르밀라>의 매표소나 굿즈 판매 모두 건물 안에서 진행됩니다. 건물 바깥에 있는 줄은 현재 다른 공연의 티켓 부스니까 <카르밀라> 보실 분들은 지하로 바로 직행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뮤지컬 <카르밀라>에 대한 여러가지 얘기를 하기에 앞서 여러분들은 이 뮤지컬의 일부 연출에 대해 알아두셔야만 하는 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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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천둥이 치고 비가 오는 사운드가 있고, 비명 소리고 좀 있고... 뱀파이어가 소재다 보니 물고 할퀴고 그런 연출이 있긴 있어요. 근데 오늘 연출한 거 보니까 할퀴고 그런 건 게임 이펙트랑 비슷한 거 같아서 상관이 없는데 '물고', 뱀파이어들이 갈망하고 그런데서 나오는 이펙트랑은 별개로 조명이나 배우 분들의 동작같은 연출이 좀 무섭게 나오고 '천둥 소리'는 초반이랑 중후반에 한 두번씩 종종 나옵니다. 이런 거에 민감하신 분들은 먼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문제의 신체 훼손은...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데 직접적으로 피가 튀지는 않지만 이건 그렇게 연출하는 거 자체가 많이 잔인할 수 있어요. 그리고 지금 말씀드린 거 전부 프리뷰 공연 기준이라 추후에 연출 방향이 일부 수정될 수 있다는 점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점이 이 뮤지컬은 '중간 입장'이 엄격하게 제한됩니다. 정시에 시작해서 진짜 100분 걸렸거든요? 지각하시면 곤란합니다. 10분 일찍 와야한다고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뮤지컬 연출되는 거 보니까 중간에 관객들이 들어올 만한 틈이 없더라고요. 그럴 틈이 생길만하면 공연이 클라이막스 전후의 어떤 상황이 되어있어요. 쉬는 시간도 없이 100분 스트레이트로 달리니까 여유있게 도착하셔서 화장실도 미리 한 번 가시고, 포토존도 천천히 둘러보시고 그러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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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트위터에 있는 사진 가져온건데 지금은 커튼콜 위크가 아니라서 따로 사진은 못 찍었어요. 배우분들이 이런 느낌으로 나온다는 거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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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사는 곳 옆에 이런 포토존이 있더라고요. 극중 로라가 꾸며놓은 정원을 포토존으로 만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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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인지 1층이랑 2층의 캐스팅보드가 다른 사진에 다른 대사로 걸려있네요. 근데 이렇게 해놓은 게 좋은 거 같습니다. 배우들의 사진도 많이 보고 또 위에 있는 대사들로 캐릭터의 상황이나 그런 것들을 이해하는데 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프로그램북은 디자인이
뭔가 신비롭게 나왔어요
중세유럽풍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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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는 배우분들 프로필이랑 사진 그리고 간단한 인삿말과 미니 인터뷰가 들어있어요. 프로그램북에서 하나 아쉬운 게 배우분들의 필모그라피에 연도같은 게 안 쓰여있어요. 같은 뮤지컬도 초연이 있고, 재연 삼연 쭉쭉 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적어도 '뮤지컬' 필모에는 연도를 적어주는 게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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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리는 아주 좋았습니다. 배우분들 열연하는 거도 다 보이고 단차도 적당해서 딱 좋고요. 몇 가지 팁을 드리자면
1, 2열 목 아픈 거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3열로 가세요. 단차가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게 보실 수 있어요. 최고의 명당은 3열입니다.
5열같은 경우에는 통로라서 자리를 넓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3,4열이랑 같은 단차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 있어요.
6열부터는 단차가 적당히 생깁니다. 부담없이 즐겨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카르밀라의 경우에는 왼쪽 극사이드도 그렇게까지 불편해보이진 않았던 거 같은데 오른쪽 극사이드는 비추천입니다. 뭔가 오른쪽 극사이드는 원래 벽이 있었는데 좌석을 늘리려고 뭔가를 깎아서 늘렸나? 이런 느낌이었거든요.
그리고 공연장이 조금 추워요. 에어컨을 약간 쎄게 트는 거 같아요. 아주 추워서 못견디겠다는 아닌데 추위에 민감하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6/23 오후 2시 공연 캐스팅>
카르밀라 - 정예인(러블리즈)
닉 - 김서연
로라 - 이재림
슈필스도르프 - 한상훈
우선 오늘까지 프리뷰였으니까 배우분들 호흡도 맞추고 무대 연출하면서 부족한 점이나 추가로 개선시켜야할 거 찾아서 앞으로의 본 공연에서 반영시킬 거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제가 오늘 느꼈던 것들이 나중에 여러분들이 후기 찾아서 보실 때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선 알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솔직히 많이 바뀌진 않을 거라고 생각되지만요.
지금부터
스포일러
원치 않는다면
뒤로 돌아가기
이 뮤지컬의 특징이라고 하면 일단 앙상블이 없습니다. 배우 네 명이서 무대를 꽉 채워가면서 서로 호흡을 맞춰가야합니다. 오늘 공연은 네 분의 합이 딱 맞아 떨어진 것 같았습니다. 무대가 양 옆으로 계단이 있어서 배우 분들이 계단도 막 뛰어 오르내리고, 1층에서 퇴장했다가 2층에서 등장도 하고 뭔가 동선이 생각보다 꽤 복잡해보였거든요. 그런데도 꼬임없이 또 다치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 잘 했다는 게 아마엄청난 연습량에서 나오는 거겠죠? 여러모로 고생 진짜 많이 하셨을 거 같아요.
극중 '닉'이 이 뮤지컬의 빌런입니다. 처음에는 '카르밀라'랑 무슨 의좋은 자매처럼 나오는데 사실 '카르밀라'는 자기 스스로 뱀파이어로 너무 오래산 거 같아서 죽음을 갈망하고 있었고 반대로 '닉'은 그런 카르밀라를 절대 죽지 못하게 하려고 로라까지 들먹이고 나섰답니다. 이들에게는 얽히고 섥힌 과거가 있는데 그걸 뮤지컬에서 다 해소시켜줘서 '얘네가 왜?'라는 의문은 없었습니다. 떡밥을 다 풀어주니까 스토리가 이해가 아주 안 되고 그러진 않으실 거예요.
아무튼 '닉'은 카르밀라의 본능을 어떻게 보면 시험하는 캐릭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아니면 카르밀라를 자기가 가지고 놀겠다던가. 어떻게 보면 '닉'이 아마 네 명의 캐릭터 중에 가장 높은 연기력을 요구할 것 같아요. 샤랄라, 깨발랄, 분노, 광기, 집착 이거 다 가지고 있어야 하거든요. 거기다가 노래 넘버도 만만한 게 하나도 없어요. '닉'이 높은 건 다 가져갔을 걸요? 그럼에 오늘의 '닉'은 정말 완벽하게 본인이 어떤 캐릭터고, 나는 이렇게 해야한다는 걸 제대로 보여준 거 같아서 아주 좋았습니다.
'카르밀라'는 오늘 진짜 깜짝 놀랐네요. 이젠 어엿한 신인 뮤지컬배우 정예인이라고 해도 됩니다. 전에 했던 <위윌락유>는 사실 그냥 즐기는 뮤지컬이다보니까 예인씨가 '노래 좀 하네, 연기 좀 하네' 이런 감상에서 그쳤단 말이죠. 근데 오늘은 진짜 차갑고 신비로운 뱀파이어를 제대로 소화했어요. 뮤지컬 넘버 부를 때도 발성이나 파워가 러블리즈 때하고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줘서 '정말 연습 많이 했구나'라는 게 단번에 보이더라고요. 버블에서 본인 말로는 오늘 컨디션이 약간 안 좋았다고 하던데 말 안 해줬으면 몰랐을겁니다.
'카르밀라'도 복잡해요 캐릭터가. 영원한 삶을 가졌지만 영원을 바라지 않는 뱀파이어. 로라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각오가 되어있는 캐릭터. 그러면서도 신비롭고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리고 '닉' 혐오. 오늘 무대보니까 카르밀라도 닉 만만치 않게 섬세하고 복잡한 캐릭터인데 이걸 진짜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게 진짜 놀랍습니다. 예인이 많이 컸다 ㅠㅠㅠㅠ
'로라'는 처음에는 본인의 과거를 너무나도 큰 충격을 먹어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가 '닉'과 '카르밀라'로 인해 과거를 깨우치게 되죠. 그래서 카르밀라가 로라를 계속 밀쳤거든요. '내 본 모습을 알고도 나를 좋아할 수 있어?' 이러면서. 사실 그 충격먹은 과거가 뱀파이어들이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로라만은 애걸복걸해서 살렸다는 점을 다 알고 나서는 엔딩이 백합으로 가더라고요. 이거 진짜 강력 스포일러라서 뭘 말을 못하겠네. 로라가 카르밀라에게 우정과 사랑을 맹세하는 그 진심이 영원에 질려서 스스로 끝내고 싶었던 카르밀라에게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줬답니다. 어떻게 보면 로라에게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카르밀라가 로라를 살려준 건 나중에 스스로 구원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 같기도 하네요. 이것이 권선징악이라는 것인가 (뭐래)
아 근데 엔딩이 왜 백합이냐고요?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고 둘이 이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났어요. '닉'한테 끌려다녔을 때랑은 다르게 둘이 알콩달콩 지도 안에서 상상했던 모든 세상을 천천히 다 둘러보겠죠. 영원한 삶을 살면서. 생각해보니 백합의 조짐은 카르밀라랑 로라랑 만났을 때부터 피어 올랐던 걸까요? 아닌가 ㅎㅎㅎ
근데 이 부분의 연출을 몇몇 분들은 싫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극 중 로라가 영원을 얻기 위해서 카르밀라가 자기의 피를 내어주는데 그 방식이 잔인하게 나옵니다. 물론 피가 튀지는 않는데 그런 연출 자체를 싫어하실 분들도 분명 있을 거 같아요. 이게 뮤지컬 카르밀라 경고문에 있던 그 신체 훼손 중에 최고봉입니다. 그리고 그 때 사용한 슈필스도라프가 내어준 호신용 검이 그렇게 사용될 줄은 몰랐지. 떡밥 아주 치밀하게 회수합니다 이 뮤지컬.
슈필스도라프는 극 중 유일한 남자입니다. 아... 로라 아버지도 나오기는 나오지지 참. 근데 아무튼 전형적인 사제로 나와요. 뱀파이어만 보면 처형할 기세로 달려드는데 그게 로라 아버지가 슈필스를 거둬줘서 그랬답니다. 근데 카르밀라를 만나고 나서 뱀파이어를 무조건 없애야겠다는 그의 신념에도 변화가 생긴 거 같아요. 로라의 카르밀라를 향한 진심이 그랬듯 카르밀라의 로라를 향한 진심이 슈필스도 바꾼 거겠죠. 그래서 마지막에 슈필스도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면서 중간에 기도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모두에게 축복을 바란다는 그의 기도가 극중 초반을 생각하면 얼마나 많이 바뀐 건지 가늠이 되실 거예요. 근데 슈필스... 로라랑 카르밀라랑 그렇고 그렇게 된 거 알려나 모르겠네...
추가로 닉과 카르밀라는 중간중간에 뱀파이어의 본능을 폭발시키거나 억누르려고 애를 씁니다. 본능이라는 게 아무리 억누르려고 해도 결국은 분출되더군요. 그거를 보는 재미도 있어요. 본능에 취해서 피를 갈망하는 닉과 카르밀라의 모습도 하나의 포인트랍니다. 카르밀라와 로라의 썸을 타는 장면도 포인트죠. 이루어질듯 이루어지지 않는 우정과 사랑이 한편의 동화같은 드라마였어요. 배우분들도 정말 열연해가지고 이거 N차 관람 해야하나... 이런 생각이 갑자기 팍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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