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뮤지컬 카르밀라
Place : 대학로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1관
Date : 2024.09.08 6PM
Running Time : 100분 (인터미션 없음)
Note : 모두모두 고생 많았어요!!
혜화역 1번 출구로 나와 하염없이 큰길따라 걷다보면 나오는 대학로의 링크아트센터드림...인데 1번출구에 뭔 문제가 있었나봅니다. 근데 사람들은 1번 출구로 내려오고 있었고. 알고보니 상행 에스컬레이터를 수리중인데 하행은 정상이었더라. (이런!)
오늘의 자리는 1층에서는 거의 맨 뒤라고 봐야겠죠. 단차가 높아서 관람하는데는 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워낙 소극장이라서 거리가 먼 것 같아도 배우분들의 표정도 하나하나 아주 잘 보였고요.
오늘 티켓봉투가 왜 이렇게 두툼한가 했더니만 카르밀라 마지막 이벤트가 있었네요. 배우분들의 포카 1세트. 막공만 이렇게 나눠준 게 아니라서 앞에 사진이 조금씩 다르고 뒤에 있는 QR코드는 동일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포카 뒤에 있는 QR코드 찍으면 배우분들의 카르밀라 소감을 볼 수 있답니다.
객석 1층과 2층의 캐스팅보드가 서로 다른 사진으로 구성되어있는 거 역시 카르밀라의 포인트 중 하나죠.
<9/8 6시 공연 LAST 캐스팅>
카르밀라 - 정예인(러블리즈)
닉 - 김서연
로라 - 이서영
슈필스도르프 - 반정모
언젠가 재연, 삼연
쭉쭉 찾아올 수도 있으니
스포방지 문구를 살포시...
하기 전에
<경고>
극 중 아래와 같은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런 거에 민감하신 분들은 조심하세요
- 천둥번개 소리로 인해 깜놀할 수 있음
- 마찬가지로 비명소리 있음
- 피가 직접 튀지는 않지만 잔인하게 연출됨
- 일부 장면에서 신체훼손 있음
(신체훼손이라고 좋게 포장한거지 사실은...)
지금부터
스포일러
원치 않는다면
뒤로 돌아가기
이 뮤지컬의 빌런인 닉은 여전히 참 못 됐다. 이제야 닉이라는 캐릭터를 좀 제대로 봤네요. 닉은 그냥 공허한 거였습니다. 갖고 싶은 거 다 가져야 하고, 상황도 내가 원하는대로만 흘러가야 하고. 닉이라는 캐릭터의 마음이 텅 비어있으니 그걸 채우기 위해 500년 동안 살아오면서 카르밀라도 뱀파이어로 만들고, 선량한 사람들도 마구잡이로 학살하고 그런 거였네요.
본능이라고 표현하고 싶지만 뱀파이어의 본능은 피에 대한(특히 사람 피) 갈증이지 이렇게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사람을 가지고 노는 거까지는 아니거든요. 이런 닉의 캐릭터를 알고 보면 첫 등장 씬에서 닉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카르밀라한테 '언니'라고 하는 게 얼마나 소름이 돋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나중에 흡혈하고 나서 피를 닦은 것 같은 분장을 한 것은 닉의 어떤 사이코패스 기질을 더 잘 표현해 준 것 같고요. 닉이라는 캐릭터가 연기하기 참 복잡하고 어려웠을 것 같은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배우님 정말 멋있습니다.
슈필은 전형적인 사제로 나오죠. 뱀파이어를 무조건 처단해야하는 다소 강경한 캐릭터로 나오는데 나중에 카르밀라와 이렇고 저런 일들을 겪고 나니 그 신념에 의문이 들기라도 했던 걸까요. 뱀파이어들이 모두 나쁜 게 아니라고, 그러면 무조건 악으로 취급하는 것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냐는 의구심이 들었던 걸까요. 처음에는 악으로 부터 구원해달라는 기도가 나중에는 모두에게 골고루 빛을(빛이었나 축복이었나 아무튼) 나눠달라는 기도로 바뀐 것이 슈필의 변화를 잘 표현해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걸 또 잘 보여주는 게 슈필이 닉을 처단하고 나서 사제복에 있는 카라를 마치 사제를 때려치우려는 것처럼 확 떼더군요. 엔딩에서의 복장도 사제복이 아니라 그냥 편한 일상복을 입고 나오고 말이죠. 근데 진짜 때려치웠는지 아닌지는 우리의 상상에 맡겨야겠습니다. 극 중 명확하게 때려쳤다고 나오지는 않아요. 그냥 기도하는 내용이 좀 달라졌을뿐.
그러고보면 카르밀라도 극중에 십자가 팬던트 들고 마치 기도하는 듯한 장면이 잠깐 나오던데... 카르밀라가 뱀파이어가 되고나서 영원한 삶에 지쳐 스스로 그 삶을 마치려고 그렇게 노력을 했지만 어떻게 보면 카르밀라에게도 기대고 싶은 누군가가 필요했던 게 아닐까. 사실 카르밀라는 자기가 원해서 뱀파이어가 된 게 아니고 '닉'이 뱀파이어로 강제로 만들었습니다. 자기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려고 (에라이)
근데 카르밀라는 닉이 하라는 대로 해야하는 설정이라.. 근데 또 그게 로라를 위해서 그런 거였고요. 뱀파이어로서의 자기가 신물이 났을 때 어린 로라를 만났고 그 때 닉은 어린 애고 뭐고 잔인하게 흡혈을 하려고 하지만 카르밀라가 로라만은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해서 로라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답니다. 정작 로라한테는 친하게 지내다가도 괜히 더 못되게 굴면서 어떻게든 멀어지려고 하고 말이죠. 닉이 로라를 어떻게든 해칠 걸 알았기에. 그래서 일부러 로라한테 굳이 찾아온 걸 알았기에. 이런 거 보면 카르밀라가 정말 극중 내내 차가운 캐릭터로 나오는데 알고보니 속은 따뜻한 캐릭터입니다.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아니고 대체)
로라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쭉 "해맑게" 지내오다가 닉과 카르밀라를 만나서 어렸을 때의 진실을 깨닫고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에 빠지게됩니다. 잘못 구워가지고 태워버린 쿠키는 슈필한테 주고 말이죠 (오늘의 쿠키 애드립)
로라랑 카르밀라가 썸타는 것처럼 친하게 지내는 장면을 보면 참... 그냥 둘이 '평생 살아라 살아'라고 하고 싶은데 '닉'이 있는한 그럴 수가 없단 말이죠. 그래서 카르밀라가 로라를 일부러 거칠게 내친 거고. 로라는 카르밀라가 때론 100살도 더 먹은 할머니같고(진짜라는 게 함정이지만... 실제로 카르밀라가 뱀파이어가 된지 150년 정도였...), 어쩔땐 그냥 친구같다가도 언니같은 존재였지만 자기가 아빠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했을 때의 로라를 직접 보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근데 나중에 엔딩가서는 로라가 진짜 천진난만한 해맑은 캐릭터가 아니라 자기의 어떤 확고한 신념을 가진 긍정적인 캐릭터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못할 게 뭐가 있냐고 묻는다면 로라는 그걸 행동으로 보여줬죠. 그리고 그 다음에 카르밀라한테 뱀파이어가 되고싶다고 진심을 전하자 카르밀라가 로라를 뱀파이어로 만들어주는데 여기 장면이 그..... 경고문에 있던 그 장면입니다. 저게 일반적으로 뱀파이어가 사람을 깨무는 게 아니라 사람이 뱀파이어의 피를 마셔야 되는 거라서. 그리고 그 피를 나눠주는 게 참... 그렇습니다. 아무리 그게 연출이고 그냥 시늉만한다는 걸 알아도 그런 거 하는 거 자체가 부담스럽고 못 보겠다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로라와 카르밀라의 말랑말랑 데이트, 썸타는 것도 좋고 닉의 입체적인 연기를 보는 것도 좋았고, 카르밀라의 차갑지만 누구보다도 로라에게는 진심인 모습도 좋았고, 슈필도 멋있었고 다 완벽했습니다. 마지막이라서 뭔가 애드립도 좀 많았던 것 같고, 후회없는 공연을 위해 에너지를 다 쏟았다는 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초반에 음향이 좀 안 좋았나 싶었는데 나중엔 괜찮았던 걸 보니 제가 막귀였던 거로.
그리고 마지막 넘버 끝나고
커튼콜에서는 울면서 등장한 예인씨
얼마나 감정 몰입을 한 겨
ㅋㅋㅋㅋ 귀엽고 괜히 짠하고
근데 예인씨
진짜 많이 늘었어요
평소엔 이런 이미지, 장르
상상할 수도 없는데
카르밀라에서 마음껏 보여주고
실력도 일취월장하고
정말 멋있어
배우분들 막공에는
무대인사가 빠질 수 없을 것 같은데
커튼콜은 안 되고
무대인사 촬영을 허락해주더라고요
각자 소감 말하고
하지 말라는 포토타임 5초만 하고
(???)
지금이 아름다운건
우리가 함께 있기 때문이야~
짱이잖아!!!!
공연 들어가기 전에 하는
파이팅콜도 보여주고
이제 진짜 카르밀라 보내줄 시간
다들 고생많으셨습니다
이대로 끝내기 싫은지 백스탭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다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배우 분들도 스태프 분들도 모두모두. 카르밀라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좋은 뮤지컬 즐겁게 감상했고, 원작 소설에 대해서도 흥미가 생겼고 여러모로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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