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24] 연극 템플(Temple)

2024. 1. 6. 11:24덕질합시다/S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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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 템플(Temple)

Place :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1관

Date : 2023.12.24

Running Time : 2시간 조금 안 됩니다 (인터미션 없음)

Note :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줄 문은 어디에

 

 

 

간만에 다시 혜화역 대학로입니다. 어쩌다보니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는 공연을 자주 보고 있네요. 4호선만 따박따박 와준다면 지각할 일은 거의 없죠. 왜 자꾸 4호선 들먹이냐하면 예전에 한 번... 여기는 아닌데 간신히 도착한 적이 있어가지고...

오늘의 공연장은 처음 가본 곳이네요.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1관입니다. 혜화역 1번 출구 근처에 있다길래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오니 1번 출구 지붕 넘어 보이는 풍경 오른쪽에 아주 크게 '서경대학교'가 눈에 띄더군요. 덕분에 헤매진 않았습니다. 여기 센터에서 공연을 한 번에 여러개 하고 있는지 티켓 창구가 구분되어 있는데 템플 보실 분들은 지하 3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티켓 수령도, 굿즈 판매도 모두 지하 3층에서 진행합니다.

공연장에 대해 잠깐 말하자면 단차는 좋습니다. 앞사람 앉은 키가 지나치게 큰 거 아니면 괜찮아요. 대신 B구역 앞에 2줄 0열, 1열 여기는 무대를 위로 바라보는 자리라 목이 안 좋으신 분들은 유의하시고요.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배우들의 대사만큼이나 표정연기도 이 연극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껴져서 표정을 유의깊게 보고싶다 하시는 분들은 앞쪽으로 예매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오글같은 게 있다면 상관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사실 굿즈 생각은 없었는데... 책 뱃지를 실제로 보니까 너무 예쁜 거예요. 그래서 하나 샀답니다. 템플 뱃지는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안 샀는데 공연 끝나고 보니 품절이더군요. 굿즈 생각하시는 분들은 기획사 SNS 한 번 확인하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2023-12-24

2시 공연 캐스팅

템플 - 김세정

엄마 - 유연

그리고

겁나 멋진 배우들

이종훈, 마현진, 문경초

이종혁, 정선기, 최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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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스포일러

원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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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배우분들도 배역이 있는데 '겁나 멋진 배우들'이라고 퉁을 친 이유는 말 그대로 저 분들이 저 역할 외에도 너무나도 다양한 인물들을 연기하다 보니 뭐라고 쓰기가 참 애매했습니다. 게다가 저 분들이 무대에서 인물들의 심리나 그런 묘사들도 다 하시기 때문에 '간호사 외', '교장선생님 외' 이렇게 쓰기는 싫더라고요. 뭔가 정이 없어 보여요. 그래서 '겁나 멋진 배우들'로 저는 썼습니다.

사실 이 연극에는 주연과 조연이 따로 있고 그러지 않다는 느낌을 받아 '겁나 멋진 배우들'로 쓰기도 했어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게 연극인가 뮤지컬인가 아니면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공연인가 헷갈릴 때도 있더라고요. 그만큼 배우들이 다 날아다닙니다. 이게 과장된 게 아니라 진짜로 날아다녀요. 갑자기 천지창조를 만들질 않나, 어깨를 타고 막 돌아다니질 않나, 페어로 막 돌고 춤추고 그러질 않나, 소품으로 묶었다 풀었다를 하질 않나... 근데 이런 게 다 인물들의 심리를 더 극적으로 표현해주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일 중요한 게 '템플'이죠. 템플이 조금이라도 무너지면 이 연극은 성립할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템플한테서 중간에 조금이라도 뭔가 불편함을 느꼈다면 이 연극이 전하고 싶은 메세지고 나발이고 오늘의 공연이 좋은 기억으로 남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 불편함이라는 게 '못한다' 이런 걸 떠나서 '자폐증'을 단순히 흉내내는 그런 정도에 그쳤다면 정말 돈 날렸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근데 그런 게 없었다는 건 세정씨가 정말 칼을 갈고 많이 노력했다는 얘기가 되겠죠. 연기는 이제 어느정도 보장된 세정씨지만 그래도 연극이 처음이고 하필 또 이런 배역이고... 그치만 잘 해냈다. 템플에 충분히 빙의하고 더 나아가서 김세정만의 '템플'을 만든 것 같아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세정씨의 평소 이미지랄까요. 씩씩함이나 그런 것들이 은연중에 투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이쯤되니 다른 배우분들의 템플은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여담으로 제가 본 게 맞다면 템플은 처음 등장하고 나서 연극이 끝날 때까지 퇴장하지 않습니다. 무대 위에서 템플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람 포인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다시 돌아와서 우리가 만약 템플같은 친구를 만난다면 연극에서 본 반응들을 했을 것 같아요. '너는 특별한 아이다' 이런 격려보다는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놀리기 바쁘고 멀리하고. 심지어 템플이 자폐증 진료를 받았을 때는 의사들도 편견에 사로잡힌 그런 시대였으니. 이런 거에 대한 물음을 연극이 던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존중한다기 보다 우리의 세계를 그들에게 강요하는 게 과연 올바른 일일까.

템플이 문자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기 보다는 그림으로 이해한다고 극중에서 묘사되었습니다. 템플이 이해하는 방식이란 그런 겁니다. 우리가 추상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것들도 템플은 본인이 직접 경험하고 그걸 눈으로 바라보아야한다는 거죠. 그 절정이 템플이 넘었던 문이겠죠. 템플이 그 문을 마침내 직접 찾아 이해하고 본인을 사랑하고 존중하게 된 것처럼 우리도 우리가 가진 지식의 저주, 편견과 같은 것에서 벗어나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문을 찾아 넘어야할 것입니다. 어쩌면 템플과 같은 인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친구를 만난다면 꼭 그런 친구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만난다면 우리도 이 연극에서처럼 따뜻하게 대해 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커튼콜은 촬영해도 된다길래 해봤습니다. 맨 마지막에 템플이 학교를 졸업하는 장면에서 템플의 연설이 다 끝나면 커튼콜이 진행됩니다. 의도한건진 몰라도 커튼콜에서도 울리려고 진짜... 템플이 엄마한테 와다다 달려가서 안기는 건 괜히 찡하더라고요. 이렇게 또 좋은 연극을 보게 되었습니다. 배우분들 정말 모두 감사합니다. 연출해주신 분들도 감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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