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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합시다/Stage

[241009] 뮤지컬 리지 2024 (이봄소리/여은/유연정/최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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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 뮤지컬 리지

Place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Date : 2024.10.09 2PM

Running Time : 120분 (인터미션 15분 포함)

Note : 이게 진짜 락뮤다

 

 

오랜만이군요. 오늘은 종로에 있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입니다. 지하철로 오시면 종로5가역 1번 출구로 나와서 CU 편의점 있는 골목으로 쭉 들어오면 됩니다. 이렇게까지 찾기 쉬운데 헤매는 길치는 없겠죠 설마.

평소에 관심이 생기는 작품은 볼까말까하다가 보는 편이고, 애정하는 배우가 나온다면(특히 아이돌... 이 사람 중증 빠돌이 맞습니다) 더 보러가고 싶은 욕구가 생기죠.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연정씨가 다시 한 번 앨리스로 돌아왔는데 익숙한 이름이 하나 더 보이는 겁니다

 
 

어... 카오리?

네가 왜 여깄니?

이게 카오리 전생이었구나

아이고 세상에

(뭐래)

근데 또 밤공은 집으로 돌아올 때 헬게이트가 열려서 망설여지고... 그래서 둘이 낮에 언제 제발 뭉치라고 노려보고 있었는데 그게 오늘이었습니다. 두 분을 비롯하여 정말 멋진 4인방이 오늘 뮤지컬을 아주 제대로 말아줬고 이따가 또 얘기할 거지만... 봄오리를 봤어야했다.. 케오리만 계속 봐가지고.. 봄오리도 봤었어야 했어!!

티켓 찾으러 갔는데

그 옆에 있는 헛간

진짜 지푸라기 가져왔대요

 


티켓부스는 2층이고

제 자리는 1층이라 내려가는데

웬 곰돌이들이 있네요

근데 둘 다 도끼를 들고 있네?

허허허허허허허허

1층 포토존은 리지네 거실

저 놈의 도끼 진짜

ㅎㅎㅎ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저래봬도 보든 가의 상징입니다

정확히는 도끼를 든 사자지만

 
 

오늘은 재관람 할인으로

좀 더 싸게 관람했습니다

굿즈는 땡기는 게 없어서

프로그램북만 샀는데

리지 사건에 대한 설명이랑

넘버 가사들 다 담겨있고

배우들 프로필 사진 들어있습니다

지금이 1차라서 그런가봐요

2차 프로그램북 나오면

공연 실황같은 게 더 추가되겠죠

공연 전, 후 비어있는 무대 촬영 가능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은 부채꼴 모양입니다. 자리 고를 때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예매할 때만 해도 사람이 그렇게 많이 없었는데 오늘 공연장 2층은 모르겠고 1층은 맨 뒷줄 빼면 사람들로 가득가득 찼다는 점. 일부러 맨 뒷줄에 있었는데.. 앞에 다 나간 거도 있고 소심하게 커튼콜 즐기려고 그랬던 거도 있고요. 그리고 여기가 좌석 간격이 앞뒤로 굉장히 넓어서 그런가 중간에 뭔가 뻥 뚫린 이동통로라고 할만한 게 없어요. 중간에 앉으신 분들이 인터미션이나 입퇴장 때 약간 피보는 구조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2024-10-09 2시 공연 캐스팅>

리지 보든 - 이봄소리

엠마 보든 - 여은

앨리스 러셀 - 유연정 (우주소녀)

브리짓 설리번 - 최현선

지금부터

 

 

 

스포일러

 

 

 

원치 않는다면

 

 

 

뒤로 돌아가기

 

 

 

 

1. 17세 이상 관람가

이 뮤지컬은 17세 이상부터 관람이 가능합니다. 일단 주제부터가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 게 한 몫을 합니다. 독약으로 죽였으면 15세도 가능했을 거예요. 근데 계속 포토존에도 그렇고 곰돌이 인형에도 그렇고 도끼가 나왔잖아요?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게 도끼로 내려 찍습니다. 도끼로 내려 찍어서 직접적으로 피가 튀거나 하는 건 없는데 이에 대한 연출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은 참고바랍니다.

그리고 넘버들의 수위도 굉장히 높게 나왔습니다. 살인 사건에 도끼로 내려찍겠다 에라 모르겠다 17세 이상 걸어놓고 넘버 중간중간에 온갖 욕들이 튀어나옵니다. 중간에 감성적인 넘버들이 몇 개 섞여있는데 그거 빼면 진짜 강렬하고 파워가 넘치다 못해 공연장을 박살 낼 기세니까 락뮤의 고자극 도파민을 느끼실 분들에게는 이거보다 더 좋은 게 없겠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관람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2. 더 화려하게 돌아온

2년 전에 봤던 거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납니다. 다만 어렴풋이 기억을 되짚어볼 때 2년 전보다 뭔가 연출이 더 화려해졌어요. 전체적인 무대의 큰 틀이라던 가 그런 게 변한 건 아닌데... 일단 조명이 더 화려해진 것 같아요. 2년 전보다 장치도 이것저것 더 달려있는 것 같고. 사운드도 풍성해진 것 같고요. 세션의 연주도 그렇고, 리지가 집에 있는 헛간에서 비둘기를 키워서 중간에 푸드덕 푸드덕 거리는 소리도 그렇고요. 아.. 도끼로 찍는 소리는 리얼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사운드나 조명 그런 것들을 더 갈아가지고 돌아온 것 같았습니다.

3. 전체적인 스토리

프로그램북에 리지 살인 사건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으니 그걸 보셔도 좋고, 인터넷에서 찾아보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넘버 가사들을 찾아보면 더 좋습니다. 뮤지컬에서 대사랑 넘버의 비중을 따지자면 2:8 되는 거 같아요. 대사가 별로 없고 대부분 다 넘버로 채운. 그러다보니 직원 분들도 '중간에 퇴장하시면 재입장 어려우세요'를 반복하는 게... 넘버 하나 끝나면 또 하나, 다시 또 하나 그러다보니 지각하신 분들이 들어올 타이밍이 뭔가 애매합니다. 미리미리 오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캐릭터 설정이나 상황 같은 게 넘버에 잘 담겨있는 편인 것 같아요. 중간에 대사로 풀어주기도 하고. 아주 불친절한 뮤지컬까지는 아닌데 그래도 뮤지컬의 대부분이 넘버로 이루어져있으니까 찾아보시면 더 좋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리지 보든가에 일어난 살인으로 인해 유력한 용의자인 리지가 법정에 출두하여 무죄를 받아내는 현실의 것에 약간의 각색을 더한겁니다. 현실에서는 '이거 분명 범인이 리지인데'라는 정황 증거만 잔뜩 나오고 유죄를 입증할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서 무죄를 받았습니다.

리지네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재혼을 했는데 새 엄마라는 사람이 아빠의 유언장을 자기한테 유리하게 뜯어고쳤다는 것에 리지 자매가 개 빡치는 거로 시작됩니다. 견디다 못한 리지의 언니 엠마는 집을 뛰쳐나가고 리지 혼자 가뜩이나 이 사실 알고 불안하고 초초해지는 마당에 불을 질렀죠. 오랜 친우인 엘리스가 리지를 그나마 위로해주는 존재였지만 그 혼자 리지를 위로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리지네 아빠가 헛간에 있는 비둘기들을 다 죽였는데 그 넘버가 '머리가 왜 없어' 입니다. 그거로 인해 리지의 트리거가 텨저버리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너게 되죠. 아까 연출이 화려해졌다고 했는데 1부때 보면 초상화가 위에 나오거든요. 그게 리지 새엄마랑 아빠인데 리지가 두 사람 죽이면서 초상화도 붉게 물들어갑니다. 도끼로 아주 잔혹하게.

이런 살인 사건이 일어났으니 집은 뒤집어지죠. 집 나갔던 엠마는 그 소식을 듣고 돌아오자마자 'ㅅㅂ 내가 큰 그림 그리고 있었는데 너 때문에 돌아버릴 것 같아'가 되었고 리지네 가정부인 브리짓은 돈에 충실했죠. 사실 리지네 집안이 아주 리치했거든요. 엠마가 브리짓한테 아주 두둑히 ㅎㅎㅎ

그 다음에 셋이 다함께 증거를 인멸하는 장면이 나오고 사람들 앞에서는 '저는 주님의 충실한 종입니다' 이러면서 '난 이런 무시무시한 일을 할 줄 몰라요'라고 착한 사람 코스프레를 하는.... 그 와중에 우리 부모님 죽인 사람에 대한 결정적 제보를 한 사람한테 5천달러를 주겠다는 현상금은 덤(이게 프로그램북 보니까 지금의 가치로 따지면 대략 1억 7천만원이라고 하네요)

뮤지컬의 마지막 장면은 리지 재판입니다. 리지, 앨리스, 엠마, 브리짓 모두 나와서 리지의 무죄를 위해 열심히 이야기를 하죠. 앨리스는 처음에 어느 정도 진실만을 얘기하다가 이 뮤지컬의 뉘앙스로는 약간 사건의 전말을 어렴풋이 알고있는데 '그래도 난 리지 너를 믿을게' 하면서 증언을 했더랍니다. 그래서 리지가 무죄를 받는 것으로 뮤지컬은 마무리. 2부 내용의 대부분이 재판이기는 한데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재판보다는 인물들의 심리를 그리는데 더 초점을 맞췄습니다.

4. 미친 배우들

물론 긍정적인 의미입니다. 리지는 여전히 미쳤고, 이걸 만들어내는 배우분들은 그러면 도대체 얼마나 미쳐야 이런 환상의 뮤지컬이 나온다는 것인가. 기본적으로 락 뮤지컬이다보니 배우 분들이 소위 말하는 지른다고 하는 게 좀 많아요. 특히 리지랑 엠마한테. 그리고 그게 2부에 좀 몰려있죠. 그냥 뒤로 가면 갈수록 계속 폭발시켜야하는 역할입니다. 커튼콜까지.

이 뮤지컬은 리지가 진짜 캐릭터가 너무 복잡해요. 뮤지컬이 리지를 아예 범인으로 상정하고 스토리를 짜놓은 거라 리지의 태도도 정말 1부랑 2부랑 극과 극이에요. 1부에서는 불안, 초조, 어딘가 찌들어있는 광기를 다 표현해야하고, 2부에서는 정 반대죠. 걸리적 거리는 게 없어졌으니 사람이 저렇게 달라질 수가 있나. 특히 '내 변호인단 파이팅'이라고 하는 건 소름 그 자체. 근데 이걸 아무렇지도 않게 제대로 헤내는 것도 모자라서 커튼콜까지 휘어잡은 봄소리 배우는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하는 것인가. 진짜 소름 그 자체였어요. 다음 날 목 상태가 걱정될 정도로 시원하게 폭발시키는 게 정말 일품입니다. 이러면 진짜 4구라 안 간게 후회되잖아.

그리고 이런 캐릭터들의 심경변화를 의상으로 표현한 것 같아요. 1부에서는 다들 전형적인 19세기 사람들이 입을 법한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데 2부에서는 하나 둘 그 드레스를 벗어던지고 락커로 변신합니다. 리지는 아예 2부에 첫 등장할때부터 락커로 나오죠. 중간에 착한 사람 코스프레 할 때는 뭔가 걸치기는 하는데 그거 끝나면 또 다시 벗어던져요. 캐릭터들이 기존의 의상을 벗어던지고 락커로 변신할 때의 그 심정을 느끼는 것 또한 뮤지컬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엠마도 정말 시원하게 터뜨려주죠. 분량이 리지보다는 작은데 터뜨리는 거로 따지면 리지랑 투톱을 달리죠. 엠마도 엠마 나름의 계획이 있었는데 리지가 그걸 실행하기도 전에 급발진을 하는 바람에 거기서부터 빡돌아 터지는 와중에 그걸 또 언니라고 수습을 해줍니다. 공통분모는 같았으니까요. 엠마 배우님도 내일이 없는 거처럼 폭발시키는 게... 진짜 다들 괜찮으신 거 맞죠....?

브리짓은 가정부라는 설정에 맞게 뮤지컬을 뭔가 정돈하고 이끌어주는 역할이랄까요. 어떻게보면 리지만큼 중요한데 이제 또 보컬을 겁나 잘하는. 그리고 돈에 충실한. 애초에 그녀가 리지네 집안에 가정부로 있는 게 리지네가 리치리치하기 때문이겠죠. 그러니까 리지가 그 난리를 쳤음에도 리지 편을 드는 게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자본주의 짱짱맨.

앨리스는 2년 전보다 확실히 여유가 넘치네요. 심지어 그 때 뮤지컬 데뷔였으니까. 그동안 이런저런 경험을 쌓고 더 발전한 앨리스로 돌아왔습니다. 앨리스가 가장 마지막에 락커로 변신하는데 그만큼 앨리스는 갈등이 많았던 것 같아요. 결국에는 그녀 또한 마음에 응어리진 걸 던지고 락커가 되었지만요.

5. 더 미친 커튼콜

리지에 3막이 있다면 그건 커튼콜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그 이유는 말 그대로 락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커튼콜이 진행되기 때문이죠. 넘버들 중에 배우들의 합이 맞아야 되는 부분들, 시원하게 질러주는 부분들 위주로 약간 메들리 식으로 구성해서 커튼콜을 진행합니다. 근데 리지 뮤지컬 특성 상 배우들 애드립이 들어갈 자리가 정말 없어보였거든요. 정말 어떻게든 배우들이 대사로 티키타카 주고 받는 부분이 있으면 거기서 애드립을 할텐데 그런 거 조차 없어요. 그래서 그걸 커튼콜에서 아낌없이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해요.

마지막에 무대 앞에다가 도끼 꽂고 퇴장하거든요? 근데 그게 앨리스 고정인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이거도 의미가 있는 거겠죠. 리지의 캐릭터들이 드레스를 벗고 진정한 어떤 걸 찾은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런 계기를 만들어주는 도끼를 건낸 거라고. 어디서 예전에 본 건데 이런 의미가 맞는 것 같아요. 그러지 않고서야 도끼같은 무시무시한 걸

이렇게 두고갈 수 없으니까요. 리지에 대해 너무 깊게 이해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커튼콜이 준비되어있으니까요. 그러고보니 커튼콜 때 배우 분들이 관객들한테 마이크를 넘겨주는데 '소리 질러'라는 건 그렇다 치겠는데 배우분들 넘버나 대사까지 따라 부르시는 분들도 있어서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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