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Great Comet)
Place : 유니버설 아트센터
Date : 2024.04.10 2PM
Running Time : 160분 (인터미션 포함)
Note : 이게 바로 진정한 그레이트 코멧
그레이트 코멧이 초연을 올렸던 2021년이 어떤 해였나. 뭔가 잡힐듯 잡히지 않던 역병의 시대였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초연을 올릴 당시에는 역병이 조금 진정세로 접어들었던 시기였죠. 원래 2020년에 하려고 했으나 그 땐... ㅎㅎㅎㅎㅎㅎ
아무튼 이번엔 역병도 물러간 2024년에 다시 돌아온 그레이트 코멧 재연. 확실히 2021년보다 재밌습니다. 더 이상 역병의 시대가 아니고, 관객들과 배우가 아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시기가 된 지금 그레이트 코멧의 진정한 매력과 진가가 드러났습니다.
공연장은 초연 때와 같습니다. 서울 5호선 아차산역 근처의 유니버셜아트센터. 공연장으로 가는 도로에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더군요. 평소보다는 조금 서두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 늦게 갔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한산하더군요. 포토존도 MD파는 곳도. 괜히 멋있어 보여서 산 로고 뱃지와 프로그램북입니다. 프로그램북이 초연보다 뭔가 좀 더 고급지게 나온 것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지금은 1차 프로그램북이고 공연이 진행되다보면 아마 실황같은 거 몇 컷 추가된 2차 프로그램북같은 거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MD랑 관련된 거는 쇼노트 인스타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레이트 코멧 재관람 할인이 있길래 조금 싸게 볼 수 있었네요. 이번에는 좌석을 코멧석으로 잡았어요. 저번에는 무대 앞쪽에서 전반적으로 감상했으니 이번에는 이 뮤지컬의 진면목이라고 할 수 있는 코멧석에서 한번 보자해가지고 잡았습니다. 코멧석 입장하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무대의 백스테이지를 통해서 들어가는 거였거든요. 코멧석이 앞에 앉은 사람이나 본인의 위치에 따라서 시야제한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잘 잡으셔야합니다. 오늘 가보니까 C랑 D 맨 뒤는 좀 그렇고 A랑 B는 어딜 앉든 무난한 것 같았어요. 그리고 F는 명당이었다.
재관람하면 이렇게 뒤에 도장을 찍어줍니다. 그리고 당연한 거지만 재관람 할인 증빙할 티켓은 실물로 들고 가야하는 거 아시죠? 예매 유의사항에 다 써있는데 이걸 안 보고 박박 우기고 그러시면 안 됩니다.
<4/10 2시 공연 캐스팅>
피에르 - 김주택
나타샤 - 유연정 (우주소녀)
아나톨 - 정택운 (VIXX)
소냐 - 효은
엘렌 - 홍륜희
마리야D - 주아
돌로코프 - 심건우
발라가 - 유효진
안드레이/볼콘스키 - 박형규
오늘 원래 안드레이에는
오석원 배우님이 예정되었으나
건강 상의 이유로
앙상블로 출연하는 박형규 배우님이
대신 무대에 올라왔습니다
분량 자체는 적은데
약방의 감초같은 느낌이랄까.
임펙트 제대로 남기신 것 같아요.
1. 배우들과 관객들의 무제한 호흡
이번에 그레이트 코멧 한다고 했을 때 '내가 무조건 가서 본다'라고 했던 이유가 역병 돌았을 때에는 그레이트 코멧을 온전하게 즐기지 못했어요. 물론 신선한 경험이었죠. 배우들이 객석이랑 무대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관객들이랑 호흡하는 건 좋았어요. 근데 역병이라는 놈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단 말이예요. 오늘은 역병? 없습니다. 다 같이 한판 놀아!!!
좌석표에서 일부분 잘라온건데 이게 실질적인 무대입니다. '아니 무대는 저 위에 있잖아요?' 그렇죠. 저 아래도 무대인데요. 코멧석은 원래 무대에다가 좌석을 만들어 놓은 거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1층은 왜 무대냐고요? 1층이 통로가 생각보다 넓어요. 배우분들이 무대랑 1층 객석, 코멧석을 계속 종횡무진하면서 뛰어다닙니다.
그리고 역병이 있을 때는 극중에 관객들이랑 같이 하는 이벤트가 없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이번엔 아주 다채롭게 준비가 되어 있었네요. 중간에 객석에서 사람 하나 모셔와서 편지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시키고, 코멧석에서는 배우분들이 같이 춤추자고 해서 춤 추시는 분도 있었고 관객들이랑 같이 무대를 꾸미자, 놀아보자라는 게 아주 잘 드러났어요. 이게 그레이트 코멧의 묘미거든요. 역병 때도 통로로 왔다갔다하고 춤추고 그랬는데 뭔가 아쉬웠단 말이죠. 그게 이번에 싹 내려갔네요. 이렇게 같이 놀고 즐기는 게 그레이트 코멧이었다.
그리고 1막과 2막 시작 전에 대략 5~10분 전에 배우분들이 입장을 시작합니다. 이래서 코멧석은 좀 더 빨리 오라고한건데 아무튼 미리 들어와서 무엇을 하냐. 때론 악기 연주를 하고 관객들한테 마술도 보여주고... 네. 그냥 일찍 들어와서 몸풀기 하는 거에요. 근데 이걸 관객들이랑 같이. 그러고보니 공연 시작 전에 미리 안내사항도 노래로 설명했는데 그 중에는 '헤치지 않아요'도 있었답니다. 헤치지 않아요. 그냥 같이 놀아봅시다.
아 맞다. 이 뮤지컬에 세션이 있기는 한데 웬만한 배우들이 악기 하나씩은 직접 다 연주를 한답니다. 바이올린 켜고, 기타 치고, 징이네 드럼이네 타악기 두드리고, 건반도 치고, 아코디언도 연주합니다. 같이 노는데 악기는 진짜 거들뿐이죠.
2. 성스루 뮤지컬(Sung-through Musical)
이 뮤지컬에는 대사가 없습니다. 모든 상황을 전부 다 노래로 말합니다. 그러다보니 인물들의 상세한 묘사나 설명이 생략되는 부분도 불가피하게 많을 수 밖에 없을텐데 이걸 자기들도 알고 있더군요.
프로그램북
이게 '전쟁과 평화'라는 톨스토이의 소설 일부분을 따와서 뮤지컬로 만든 거라 1번 넘버에 이런 식으로 인물들 소개하는 내용이 들어있어요. 셀프디스와 함께 인물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한 다음에 극이 전개되는 방식입니다. 머리가 아프고 지끈거리고 졸리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1부랑 2부에 아무 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넘버가 각각 있답니다. 그 때 박수치고 춤추고 하면서 즐겨주시면 되겠습니다.
3. 그래서 오늘의 소감은
확실히 초연 때보다 즐길 거리가 더 다채로워졌고, 배우 분들이랑 같이 놀고 그래서 그런가 뮤지컬을 관람하는 걸 빨려들어갔다고 해야할까요. 시간가는 줄 모르고 관람했습니다. 배우 분들이 1층 객석까지 누비고 다니는데 합이 안 좋을래야 안 좋을 수가 있나요. 당연히 좋았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연, 조연 배우들도 특별히 모난데 없이 잘 이끌어나간 것 같습니다. 나타샤랑 피에르가 극중에서 가장 많은 심경변화를 겪는 인물인데 피에르의 고뇌, 절규 때론 분노같은 거나 철부지같던 나타샤가 극이 끝날 때 쯤에서 느껴지는 어떤 슬픔 이런 변화도 잘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이 뮤지컬이 뭔가 즐길 거리가 많기는 한데 대놓고 즐길 수 있는 넘버들 몇 개 빼면 대체적으로는 좀 서정적입니다. 그래서 뭔가 파워풀한 보컬을 기대한다던가 뭔가 폭발하는 에너지로 전율하는 뮤지컬을 기대한다던가 이런 분들한테는 안 맞으실 수도 있어요. 그리고 계속 얘기하는건데 코멧석에서의 특별한 경험이 무엇보다도 좋았어요. 이런 식으로 배우하고 관객이 가깝게 호흡하면서 소통할 수 있는 뮤지컬이 그레이트 코멧 말고 과연 더 있을까. 역병을 털고 일어난 그레이트 코멧의 이번 재연 무대가 더 특별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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